2013년 11월 25일 월요일

아마추어와 프로의 이야기

간만에 롤챔스를 보다가 어처구니없는 경기를 보았다.
바로 삼성 오존과 팀 다크의 2세트 경기에서 나온 내용이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모르는 사람을 위해 덧붙이자면, 참고로 온게임넷에서 주관하는 롤챔스는 롤 관련 국내에서 최고로 권위있는 대회이자, 세계에서도 1순위로 뽑는, 상당한 권위와 실력이 있는 대회이다.
롤챔스에 출전하는 팀을 선발할 때, 아마추어와 프로팀이 경합해서 올라오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출전팀을 가리는데 그 중에 아마추어 팀이 두 팀 올라왔고, 그 중 한 팀이 논란의 중심이 되는 팀 다크이다.

여기서 팀 다크를 조금 설명하자면, 롤 시즌 3에 문제점으로 부상했던 대리 게임의 주도자(대리 기사)들이 모여서 만든 팀이다.
계정 정지로 인해 멤버가 교체된 미드 Apdo는 말할 것 없고, savila나 과거 나진에 있었던 촙 등등 대리 게임으로 논란이 되었던 인물들이었다.(지금 미드로 출전하는 선수도 대리 기사였다고 하는데 자세히 모르겠다.)
라이엇에서는 대리 게임에 대해 계정 정지라는 강력한 처벌을 하고 있었으나, 운이 좋았는지 아니면 증거가 부족했는지, 유명세(혹은 악명)에도 불구하고 롤 챔스 예선을 신청해 참가했고 본선까지 진출하게 되었다.

사실 본선까지 진출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대리 기사를 한다는 것은 실력이 뒷받침된다는 것인데, 앞서 말한 저 인물들은 롤 내에서도 최상위 랭크를 장기간 차지하고 있었던 진짜 실력자였기 때문이다.
아무튼 본선에 진출하고 C조에 배정되었는데, C조에 속한 팀은 삼성 오존, 에일리언 아레나, 나진 쉴드, 팀 다크 네 팀이 배정되었다.

처음 시작은 나름 괜찮았다.
나진 쉴드를 상대로 괜찮은 경기력을 선보였고 아쉽게 두 세트 모두 내주긴 했지만, '프로레벨에서도 먹히겠다.'라는 인식을 심어주기도 했었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에서 상위권 팀으로 꼽히는 삼성 오존-비록 롤드컵에서 거한 삽질을 하긴 했지만-과의 경기였다.
1세트 시작부터 인베이드 갔다가 모두 다 잡히면서, 5:2라는 초반 스코어를 보이며 초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게다가 그것을 놓치지 않고 라인전에서 격차를 지속적으로 벌리며 결국에는 본진에 밀봉당한채 얻어맞다가 굴욕적인 서렌으로 마무리지었다.

문제는 2세트 시작부터였다.
EU스타일에 충실하면서 현재 유행에 따르는 챔프로 픽한 삼성 오존과는 달리, 팀 다크는 그 날 해설을 했던 이현우, 과거 프로스트 정글러 클템이 자주 사용했던 챔프들로 픽하면서 픽밴을 성의없이 날렸던 것이다.
게다가 아이템을 모두 팔아치우고는 자신들의 본진에서 오목을 두는, 롤에서 말하는 트롤을 롤챔스에서 보여준 것이다.

해설자와 중계진은 그 상황을 두고 어떻게든 중계했지만 속으로 어떤 생각을 했을까?

1. 아마추어일 뿐이라고?

아마추어이다, 프로이다, 논란이 되긴 하지만 그들은 아마추어가 맞다.
롤챔스를 통해 기업 스폰을 원하는 것도 아닐 것이고, 대리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어먹기는 하지만 대리 게임에서 프로라는 이야기는 될 수 있어도, E-Sports에서 프로 선수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대리 게임이라는 화제가 떠올라서 그렇지, 그것을 떼어놓고 보면 그냥 실력있는 지인끼리 추억이나 재미를 위해 출전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들의 행위가 용납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E-Sports라는 인식 내에서는 결코 용서할 수 없는 행동이다.
프로든, 아마추어든 스포츠를 즐길 때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으로 '스포츠맨쉽'을 강조한다.

스포츠맨쉽의 정의는 '최선을 다하는 정신, 상대를 존중하는 정신, 정정당당한 태도, 규칙을 지키는 태도와 공정한 방법으로 경기에 임하고 심판의 지시에 따르며 상대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패배를 인정하고 승자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이라고 되어있다.
오히려 스포츠맨쉽은 프로페셔널과 아마추어의 구분을 떠나서 기본적으로 인간으로써 갖춰야될 도덕적 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들의 행위가 물론 롤챔스의 규칙에 위배되는 부분은 없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인간으로써 갖춰야할 기본 덕목을 갖추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상대방을 존중하거나 최선을 다한다는, 스포츠 인의 자세라기 보다 그냥 동네에 게임하는 겜돌이 수준이라는 것이다.

더욱 비교가 되는 것은 팀 NB와 이들 경기 이후에 경기한 진에어의 경기이다.

팀 NB역시 지인끼리 나와서 예선을 뚫고 본선에 올라왔지만, 프로의 높은 벽을 뚫지 못하고 오히려 처절한 패배를 당했다.
그러나 그들의 플레이에는 적어도 최선을 다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비록 프로들에 비해 컨트롤이나 운영이나, 기술들이 부족할 수는 있어도 자신들이 가진 최고의 패들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에 경기했던 진에어 팰컨스와 진에어 스텔스.
둘다 1패씩을 안고 있어서, 승점을 몰아주면 한 팀을 8강에 진출시킬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고 그 결과 한번씩 주고 받으며 1:1 무승부로 끝나게 되었다.
그들이 승 몰아주기를 하면 유리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몰라서 그랬을까?

2. 그들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보자.

정말 큰 문제점은 E-Sports라는 테두리 안에서 벌어졌다는 것이다.
게임이 문화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게임의 부가적인 장르인 E-Sports가 하나의 스포츠로 당당하게 인식되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점은 현재 게임이 정말 E-Sports로 인식되고 있는가이다.
여전히 기성세대들에게 게임은 애들이나 하는 오락으로 인식될 뿐, 스포츠라는 종목으로 인정되지 못했다.

그들의 행위는 결국 이 모든 것은 겨우 게임이다라고 하는 증거일 뿐이다.
다른 스포츠와 비교했을 때, 그들의 행위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지에 대해 생각만 해도 알 수 있다.
그것을 주체적으로 하는 당사자가 진지하게 스포츠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타인이 그것을 스포츠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는 10년이 넘게 E-Sports에 종사했던 사람뿐 아니라, 게임 업계에도 엿을 먹이는 행위이다.
특히 온게임넷에서는 E-Sports라는 것에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스포츠로써 인정받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던가.
라이엇 역시도 E-Sports라는 트렌드를 만들기 위해 게임을 설계하지 않았던가?
(라이엇에서 주최하는 롤드컵, 월드 챔피언쉽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들의 행위는 단순히 삼성 오존과 팬을 무시한게 아니라, E-Sports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에게 '빅 엿'을 먹인 것이다.

3. 팀 다크, 정말 자신의 흑역사로 기록했으면 한다.

말 그대로 개인적으로도 더 화가 나는 것은 내가 그들을 이해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대리 게임의 폐해에 대해 말할 때도 얼마든지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고작 20대 초반인 그들이, 가장 빛나고 싶은 나이에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돈을 만지기는 쉽지 않은 나이이기 때문에 그럴수도 있다고 이해하고 있었다.
출중한 실력으로 돈을 벌고 자신이 빛날 수 있다면 많은 사람 역시 그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사람으로써 가지는 기본적인 덕목마저 저버렸고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최근에 팀장인 친구가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기재했다.
실제로 반성을 하고 있는지 하지 않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미 물은 엎질러 졌고 그들의 행위로 인해 파장은 점점 커질 것이다.

아무튼 이 사태에 대해 협회와 온게임넷, 라이엇은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다시는 이런 사태가 있을 수 없도록 확실한 전례를 만들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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