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6일 월요일

커뮤니티 사이트를 흘러흘러 돌아다닌다.

최근에 이런저런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가 박정희를 비난하는 글을 봤다.

요는 '박정희는 한게 없고 모두 우리 부모세대의 노력이다' 라는 글이었다.


물론 나도 박정희 대통령을 좋아하진 않는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그는 한 나라의 수장이었고 대사를 결정하는 지도자였다.

즉, 그가 결정을 한 방향대로 일이 진행되었고 대한민국이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면 더 발전하지 않았겠느냐?'라는 어리석은 질문은 없었으면 한다.

역사에서 만약이란건 쓸데없는 말다툼만 일으키는 문제일 뿐이다.

('만약에' 역사책이 있는데 말 그대로 상상이고 소설일 뿐이다. 김진명 작가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처럼)

당연히 역사적인 공과 실은 정확히 구분할 줄 알아야한다.

인권적인 측면이나, 현재 나타나는 지역 불균형적 발전이나, 산업의 구조적 문제 등등은 분명히 그 시대로부터 이어져 온 것은 사실이니 말이다.

하지만 다른 부분은 깔거리가 워낙 많아서 딱히 발전상이 어쩌네 저쩌네 안해도 딱히...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더 자세히 쓰고 싶은데...
예전에 네x버 블로그에 정치적인 글 썼다가 블로그 초기화되서 길게 안써야겠다.
유투브의 프레이저 보고서를 참조하기 바란다.)

2013년 8월 7일 수요일

AOS, 어디까지 해봤니?

1.

내가 처음으로 AOS라는 장르를 접했던 때를 회상해본다.

때는 2002년.

나는 고2였다.

월드컵의 열기에 빠져 학생의 신성한 의무라는 '야간 자율학습'따윈 뒤로 미뤄두고 거리 응원에 동참했었다.

낮에 있는 경기는 선생님들과 합의 하에 수업은 뒷전으로 미뤄두고 대한민국 대표팀을 응원하기 바빴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났건만.

한번 부풀었던 마음이 가라앉지 않고 더 새로운 것들을 찾아 헤메었다.

그리고 그 때 날 이끌었던 것이 워크래프트3.



언제나 그렇듯 야자째고 친구 두 명과 함께 피씨방으로 워크하러 갔었다.

항상 그랬듯이 친구들과 3:3 팀밀리 돌리려고 하는데 갑자기 한 놈이 자기는 다른걸 할테니 나와 다른 친구 두명이서 돌리라는 것이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유즈맵이 재미있어서 유즈맵을 한다는 내 친구의 대답에 나도 호기심이 일었다.

그게 뭐냐고 같이 해보자고.

그리고 그 날부터 카오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2.

처음 카오스를 했던 날.

나는 어떤 영웅이 좋냐고 물어보고 다래를 선택해서 했었다.



초창기 카오스의 밸런싱, 유저들의 수준이 형편없어서 은신캐릭이 최고였다.

그 중에서도 다래는 거의 사기캐 수준이었다.

오죽하면 초기에 다래로 데몬엣지(악마의 검) 세 개만 맞추면 게임이 끝난다는 소리가 있었을까.

그런 다래를 잡고 정말 '푸짐하게' 쌌다.

킬은 커녕 몇 번 죽었는지 모를정도로 죽었다.



3.

그리고 카오스를 근 10년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말 많은 AOS 유즈맵이 존재했지만, 카오스를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카오스만의 특별한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빠른 게임 진행을 꼽을 수 있겠다.

카오스 초기에는 본진에서 버티면서 한시간이 넘는 게임도 있었으나 이후 패치로 한 게임하는데 30분 내외면 끝이 났다.

또한 롤에서는 백도어라고 표현되는 테러.

롤은 영웅이 타워와 맞서는게 힘들지만 카오스에서는 타워 뿐만 아니라 성장만 잘하면 수호신까지도 혼자 잡을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롤과 다르게 파괴력이 강한 테러는 카오스의 진행 시간을 크게 줄여주는데 도움이 됐었다.

(영웅 하나가 난입해서 배럭 두개에 수호신까지 날려버리는 어마어마한 파괴력은 카오스에서도 짜릿한 재미 중 하나이기도 했다.)


두번째로는 피지컬 싸움을 유도했던 점이다.

안티 포션과 디스펠 이라는 도구를 사용해서 킬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을 모면하고 킬이 나오지 않을 상황에서 킬을 만들어 내는 상황도 많이 연출됐다.

또한 소환물을 이용하는 플레이를 해야만 하는 탈론이나 아그니, 멀머던, 메두사, 레오닉, 루시퍼 등등의 영웅들이 즐비했다.

게다가 '포탈'은 정말 지금 생각해도 살떨리는 손싸움이다.

한대만 더 맞으면 죽을 상황에서 무적 효과가 적용되는 포탈을 사용하면서 위기상황을 모면하는 것까지도 '피지컬'이었다.

(그리고 포탈은 첫번째 말했던 빠른 게임 진행과도 연관이 있었다.
쿨다운이 무려 3분이라 포탈이 없는 경우, 상대편 진영에서 한타가 벌어졌을 때 본진에 테러온 상대 영웅을 막을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세번째로는 정해진 포지션이 없었다.

롤에서는 EU스타일에 따라 AP누커, AD캐리, 탑 솔로, 정글, 서폿 각각의 포지션이 있고 정해진 챔프와 정해진 라인에 선다.

정글이 두 명이라던지, 혹은 바텀라인에 AP가 둘이라던지 하면 트롤이라는 소리까지 듣는다.

그러나 카오스에서는 거의 그런게 없었다.

대충 뽑아놓고 제가 립돌게요 해도 게임의 진행에는 그닥 지장이 없었고, 센터에 가던 영웅이 12시나 6시에 가도 별반 손해보는 게임이 아니었다.



4.

많은 사람들이 카오스를 즐겼다.

카오스 채널에 가면 항상 사람들이 붐볐고, 피씨방을 가면 많은 사람들이 카오스를 했었다.

그리고 CCB리그까지 나오면서 카오스의 인기가 계속 지속될 줄 알았다.

그러나 2011년 도타 제작진이 기획한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이 나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어느 순간부터 카오스 채널에 상주하던 인원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커뮤니티 사이트는 리그오브레전드의 재미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회사 다니면서 남는 시간에 카오스나 하던 나도 한 번 해볼까? 하고 리그오브레전드를 시작했다.



5.

처음 했었던 챔프는 애니였다.

애니를 했던 이유는 그 때 로테이션 챔프였는데 귀여워 보이는 챔프라 얘는 어떤 애인가 하고 했었다.

그리고 시작부터 욕을 얻어먹었다.


팀원 A : 애니님 봇 가세요.
나 : (미드에서 미니언을 때리며) 네?
팀원 B : 애니 *** 미드에 왜 둘이 있어. 봇으로 가라고.
나 : (여전히 미드에서 미니언을 때리며) 봇이 뭐예요?
팀원 A : 아 애니 트롤이네. 봇으로 꺼지라고.
팀원 C : 애니 리폿 ㄱㄱ


이런 식이었다.

그렇게 욕 얻어먹어 가면서 롤을 하나둘씩 배웠다.

애니는 미드라이너라 주문력이란걸 올리면 되는구나.

라인은 미드, 탑, 바텀이 있고 각각 역할들이 있구나.

롤은 카오스와 다르게 포탈타고 있을 때 무적이 아니구나 등등.

그것들을 다 알아갈 때 쯤, 애니로 500여 게임을 했다.



6.

어느새 롤을 한지도 2년 정도 되는 것 같다.

롤이 이렇게 흥하는 이유는 카오스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게임 진행이 빠르고 피지컬 싸움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오스와는 다른 장점을 보이는 것이 있는데 바로 정해진 규칙.


EU스타일에 의거한 정형화된 라인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롤의 단점으로도 지적된다.

게임의 자율성을 해치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지양한다는 의견이 항상 제시됐었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것은 굉장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카오스가 점차 사장되었던 이유는 신규 유저의 유입감소도 큰 이유로 작용했었다.

라인이 정형화 되지 않은 상태에서 처음 카오스를 접하는 유저들은 하나의 영웅을 가지고 어떻게 플레이해야되는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혹은 상대의 조합에 따라 라인이 달라졌고 그에 따른 진행 방향이 달랐었다.

그러나 롤은 그와 달리 하나의 챔프를 플레이할 때 거의 통일된 방향으로 플레이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현재 AD 캐리로 사용되는 케이틀린을 플레이한다고 했을 때, 우리편 조합이나 상대편 조합에 따라 정글, 미드 혹은 탑에 서서 플레이를 해야되는 것이 아닌 오로지 AD캐리로서의 역할만 충실히 수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또 하나의 장점은 아이템의 단순화라고 생각한다.

카오스나 도타의 경우 아이템의 종류가 굉장히 많고 또 옵션 또한 다양하다.

물론 그렇게 되면 게임을 진행할 때 플레이가 다양해지고 게임이 즐거워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결국 그것은 게임이 어려워진다는 이야기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결국 이것들은 게임의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추는 요인이 되었고 롤은 현재 한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게임이 되었다.



7.

얼마 전 도타2가 한국에 출시되었다.

밸브가 넥슨에 퍼블리싱하면서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었고 각종 사이트를 통해 베타키를 배포했었다.

그때 한 번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에 베타키를 신청했고 베타키를 받아서 게임을 진행해보았다.

그리고 정말 크게 실망했다.



8.

(우선 도타2에 대해 기술하는 것은 정말 도타2를 처음 접하는 초보유저로써 쓴다는 것을 먼저 명시한다.)


도타2를 처음 했을 때 느꼈던 느낌은 '망작'이었다.

우선 키보드 인터페이스가 다른 게임과는 달라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물론 커스터마이징이 있어서 설정이 가능하지만 자기 컴퓨터가 아닌 피씨방에서 즐기는 유저가 많다고 봤을 때는 하나의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키보드 인터페이스를 선택하는 것도 네 가지가 있는데 결국 일일이 커스터마이징해서 써야한다. 스킬 단축키가 QWER이 아닌 경우도 있고 아이템 사용이 숫자가 아닌 경우도 있으며, 공격키가 A가 아닌 스페이스도 있다.)


그리고 아이템의 종류가 정말 많다.

물론 아이템이 많으면 게임의 진행이 재미있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초반 시작템 자체의 선택지가 그렇게 많다는 것은 신규 유저로 하여금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망설이는 결과를 낳는다.

농담이 아니라 처음할 때는 상점 켜놓고 하나하나 보면서 뭐사야되나 고민해야 될 정도로 많다.

워낙 많다보니 세세하게 구분도 되어있지 않아서 더 고민되게 만든다.


그런데 게임 속도는 정말 느리다.

물론 상대 타워와 우리 타워의 거리가 길어서 정글러의 난입이 쉽고 다양한 변수가 나올 수 있는 것은 상당한 장점이다.

그러나 그 거리가 워낙 길어서 타워를 밀기도 전에 크립들이 자리를 메꾸고 그 사이에 부활한 챔프가 와서 다시 라인전이 진행된다.

결국 라인전이 상당히 오래 지속된다.

그리고 결과는 게임 시간이 정말 길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초반에 크립을 먹는게 정말 힘들다.

롤이나 카오스 할 때는 크립먹는데 어려움을 느낀적이 없었는데 도타2는 정말 힘들다.

특히나 원거리딜러를 하는데 화살 날아가는 속도가 생각보다 느려서 크립먹는데 더더욱 힘든 것을 느꼈다.
(화살 날아가는 속도가 내가 생각한 속도보다 반박자정도 더 느리다.)


논외지만 배경과 영웅의 색감까지도 비슷해서 한타에서 얽히는 경우 굉장히 헷갈린다.

듀토리얼 마치고 게임을 진행하는데 3:3으로 얽혔는데 잠깐 내 캐릭을 놓치기도 했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신규유저로써 게임을 진행하는데 어려움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것을 극복하고 게임을 진행할 정도로 재미있지 않다는 것이다.

진입장벽도 높을뿐더러 이 게임이 다른 게임과 다르게 튀는 특징도 그닥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장점이 있다.

전세계에서 진행되는 게임의 리플레이 보기 쉽다는 것과 전세계 통합 커뮤니티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지역의 유저들과도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AOS가 범람하는 이 때에 그 어려움을 모두 극복하고 도타2를 즐길만한 유저가 그닥 많아 보이진 않는다.
(다른 나라의 사정은 모르겠지만.)



9.


물론 도타2는 이제 완성되어 서비스하는 단계이고, 이전부터 서비스하고 수정의 단계를 거쳤던 게임들과 비교한다는건 성급한 일이 될 수 있다.

도타2만의 매력이 있지만 내가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개인적인 느낌을 이렇게 블로그에 정리해서 올려본다.